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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아둔 시와 영상

빛과 소금

by 차느디 2008. 11. 25.




      빛과 소금
    
                     野客/송국회
    
    늦가을의 문설주에
    문패처럼 귀 기울이다
    시린 손 호미자루 움켜쥐고
    턱까지 팔딱팔딱 차오른 맥박소리로
    딸그락딸그락 작은 섬마을을 깨운다.
    소갈머리 없는 소리라며
    나중에 다시금 태어나면
    일이 징글징글하여 
    일하지 않는 여자로 태어나고 싶다는
    파 뿌리처럼 늙으신 할머님의 돼지 꿈이
    왜 그리 눈물 나게 아픈지
    엄마 잃은 손주 새끼
    학비라도 보태주고 싶어
    냉골처럼 추운 날에도
    불순한 일기에도
    밤낮으로 굴을 캐는 고단한 삶이 
    작은 바닷가에 고스란히 화석처럼 웅크린 채 굳어 있다.
    오래 사시라는 말에
    더 사는 것은 죄악이라며
    자기 발로 화장실 못 갈까 봐
    제일 겁이 나고
    초름한 살림살이지만 
    밥 세끼 굶지 않는 
    세상에서 제일 큰 부자라며
    떠나려는 발걸음에
    텃밭에 풀 한 포기 뽑아주지 못했거늘
    햇빛에 검게 그을린 땀방울에
    알알이 여문 손길
    바리바리 쌓아주며 
    바람처럼 구름 따라 다음에 또 오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