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소금野客/송국회 늦가을의 문설주에 문패처럼 귀 기울이다 시린 손 호미자루 움켜쥐고 턱까지 팔딱팔딱 차오른 맥박소리로 딸그락딸그락 작은 섬마을을 깨운다. 소갈머리 없는 소리라며 나중에 다시금 태어나면 일이 징글징글하여 일하지 않는 여자로 태어나고 싶다는 파 뿌리처럼 늙으신 할머님의 돼지 꿈이 왜 그리 눈물 나게 아픈지 엄마 잃은 손주 새끼 학비라도 보태주고 싶어 냉골처럼 추운 날에도 불순한 일기에도 밤낮으로 굴을 캐는 고단한 삶이 작은 바닷가에 고스란히 화석처럼 웅크린 채 굳어 있다. 오래 사시라는 말에 더 사는 것은 죄악이라며 자기 발로 화장실 못 갈까 봐 제일 겁이 나고 초름한 살림살이지만 밥 세끼 굶지 않는 세상에서 제일 큰 부자라며 떠나려는 발걸음에 텃밭에 풀 한 포기 뽑아주지 못했거늘 햇빛에 검게 그을린 땀방울에 알알이 여문 손길 바리바리 쌓아주며 바람처럼 구름 따라 다음에 또 오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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