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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원의 편지

눈감은 채 바람 소리 듣고 싶은 날 / 동목 지소영

by 차느디 2010. 6. 17.

눈감은 채 바람 소리 듣고 싶은 날  / 동목 지소영 
높아진 햇살에
꽃들이 나른히 눈썹을 내리고
목련도 에젤리아도 정겹게 꽃잎을 비비고 있어요
뒤뜰 참나무가지의 다람쥐도 
산달이 가까운지 
좀은 느려진 달림을 합니다
그들 곁에 앉아 
맑은 물 예쁜 종지에 담아 건네면
천연덕스레 오물거릴 그들의 평화를
바라보고 싶은 날입니다
가진 것 없이도 탐하지 않는 
물소리 같은 그들의 그늘에서
눈감은 채 바람 소리 
들어보고 싶은 날입니다.
흔들리는 길을 따라  
한걸음 느긋이 당신께로 다가가  
고통 없이 전하고 싶은 가슴을 열면 
하늘도 땅도  
평화의 기도처럼 
아늑하고 포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