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해서 시를 쓰나 - 이기철
누구를 위해서 시를 쓰나 문득 바람 앞에서 물어 본다 새들은 산자락을 소리 없이 날고 꽃은 들판 끝에 향기롭게 피어 있다
누구를 위해서 시를 쓰나 나는 새들 대답하지 않고 피는 꽃 소리 없이 피는데 떨어지는 나뭇잎을 밟으며 나 혼자 아프게 묻고 있다
길은 동서남북 어디로든 뻗고 물은 낮은 곳을 향해 흐르는데 내 말 알아듣지 못하는 나무가지에 내 몇 마디 말 걸어 주며 대답한다
나는 지는 해를 향해 노래하지 않고 뜨는 해를 향해 노래한다고 나는 죽은 이를 위해 시를 쓰지 않고 나와 같이 이 땅의 쑥갓잎을 먹고 이 땅의 저녁 연기 함께 바라볼 사람을 위해 시를 쓴다고
어제의 추억, 어제의 그림자를 위해 시를 쓰지안고 오늘과 내일, 우리 곁을 나는 새, 풀 뜯는 소.
아, 기쁜 일 같이 기뻐하고 슬픈 일 같이 슬퍼하는, 어느 길 위엣라도 만나 내 그의 이름 부르면 그도 달려와 내 이름 불러 줄 사람들을 위해 아픈 시대의 등을 매만지며 나는 오늘도 열줄의 시를 쓴다
◐ 이기철시선 『 청산행』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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