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하여, 사랑은 - 김민소
열흘 남짓 푸성귀로 채웠던 가슴에
누군 가 들어와 가부좌를 틀더니
소나기가 지나간 하늘처럼
온통 무지갯빛으로 채색하게 만드나
알림이 울기도 전에 일언
탄천 주변 공원길을 한 바퀴 돌고와
마시 는 한 잔의 모닝커피
그 속에서 녹아나는 크림 같은 얼굴,
아하 , 누군가들어와 있다는 것은 이런 거였구나
눈에 보이는 것은 풍경이 되고
귀에 들리는 것은 모두 발라드가 되어
발기 머무르는 곳마다
종려 나무 숲길처럼 싱그럽기만 하다
그리하여, 사랑은
체면도, 자존심도 없는
철부 지 아이로 만들고 만다
실개천에서 팬티하나 걸치고 물장구치던
예닐 곱 살 그 때처럼
◎ 김민소시집 『 사랑은 처음처럼 삶은 마지막처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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