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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아둔 시와 영상

달이 그리는 풍경

by 차느디 2011. 8. 18.

 

 




달이 그리는 풍경



作 / 高煥坤




자고 일어나면 다 지워지면 좋겠다.
슬픈 기억도
아픈 믿음도
눈뜨고 나면
다른 세상에 마음 드리워지면 좋겠다.







쉽게 지워지지 않을 기억을
연필로 쓰다가 지우개로 지우듯이
지워버리는 손길이면 좋겠다.







새벽 안개 속에 홀로 버려진 가슴이
맑은 달빛에 아픈 상처를 덮을 수 있게
버려지는 기억이면 좋겠다.







남겨질 사람이 아파하는 눈물도 보지 못하고
버려진 영혼이 슬퍼하는 기억도 보지 못하고
제 몸 풍요로워지면 얼마나 행복하다고
오래전에 같이 다정하던 사진이
이렇게 웃고 있는데...







햇살이 밝은 줄 알면
달빛이 고독하다는 어둠도 헤아려줄 줄도 알아야
인생의 긴 여정을 걸어가는 것을
지나고 나면 얼마나 후회할려고
뒤돌아 서면 얼마나 아파할려고
뿌리깊은 나무에 도끼질을 하는지...







차라리 달이 되면 좋겠다.
차오르면 조금씩 거두어 갈 줄도 알고
부족하면 조금씩 보듬어 줄 줄도 아는
달이 되면 좋겠다.







달이 그리는 풍경에
잠들고 싶다.
달이 그리는 풍경에
머물고 싶다.







아침이 되면 잠시 제 풍경을 양보 하듯이
스스로의 제 시간을 기다릴 줄 아는
스스로의 머무를 공간이 어딘줄 아는
달이 그리는 순수한 풍경을 닮고 싶다







달이 그리는 풍경 안에 발 담그고
다시는 벗어나지 못하는
영혼의 수렁이고 싶다.







달의 영혼이 되여 살고 싶다.
영원히 햇살을 친구로 하지 못해도
다시는 노을을 벗으로 하지 못해도
욕심없이 제 갈 길을 가는
마음으로 흐르는 여행길에
손 꼭 잡고 동행하고 싶다.







달이 그리는 풍경
그 풍경속에 한 사람으로 각인되고 싶다.

































 

이 글은 여성 포털 이지데이에서 발송한 아침메일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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