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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아둔 시와 영상

약을 팔지 않는 약사

by 차느디 2011. 8. 18.

 

 

퍼옴)= 약을 팔지 않는 약사
집으로 들어오는 골목 어귀에 약국이 하나 있다.
몇 년 사이에 주인이 세 번쯤 바뀌었는데,
이번에 간판을 건 사람은 꽤 오래 하고 있다.



어쩐 일인지 먼저와는 달리,
약국 안 의자에는
동네 사람들이 늘 모여 앉아 있곤 한다.
지나다 보면,
30대 중반으로 보이는 수더분한 인상의 여주인이
사람들과 얘기하는 모습이 보인다.
약국 규모도 점차 늘어나는 듯하다.

그 약국 여주인을 내가 처음 만난 것은 어느 여름날이었다.



그날, 시내에서부터 머리가 아파
집으로 오는 길에 약국에 들렀다.
반갑게 맞아주는 그녀에게
두통약을 달라고 했더니,
좀 쉬면 괜찮아질 거라면서
찬 보리차를 꺼내 한 컵 따라준다.



그러면서 되도록 약은 먹지 말라고 한다.
생각지 않은 처방에
나는 잠시 그녀를 바라보았다.

약국을 나와 집으로 오는데,
더위 속에서 한 줄기 소나기를 만난 듯 심신이 상쾌해졌다.

그 후로 자연스럽게 그녀와 허물없는 이웃이 되었다.

외출을 하거나 산책을 나갈 때면 그 약국을 지나게 된다.
그럴 때마다 유리문 안으로
동네 사람들과 함께 있는 그녀를 볼 수 있다.

사람들은 약만 구하러 가는 것이 아니라,
궂은일, 기쁜 일들을 털어놓는다.
그렇다고 그녀가
전문 상담역 노릇을 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이웃의 일을 내 일인 듯 마음을 열고 들어주는 것이다
.

약을 팔려고 애쓰지 않는 약사,

그녀는 약으로만 병을 낫게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사람들을 치유해 주고 있다.
그래서 그 약국은 날로 번창하는 것 같다.



*누군가를 다 안다고 말하는 순간,
관계는 갇혀 버립니다.
당신을 온전히 이해한다는 오만과 결별할 때
타인의 내면,
그 견고한 빗장은 열리기 시작합니다.
당신과 나 사이로
여름 냄새 철썩철썩 흘러갑니다.

 

 

이 글은 여성 포털 이지데이에서 발송한 아침메일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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