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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아둔 시와 영상

꽃이 부르길래 / 정지원

by 차느디 2011. 6. 7.




꽃이 부르길래 / 정지원


꽃 지는 봄밤을 걸어다녔습니다

애써 떨구려 해도 몹쓸 놈의 마음
당신 쪽으로 먼저 가버리고
접질린 발목 부어오르듯
몸뚱이만 남아 시큰거렸습니다

달빛 따라 복사꽃 떨어지는
마을을 들개처럼 어슬렁 지나
산그림자를 향해 돌팔매질하다
논두렁에 퍼질러 앉아
애기풀 돋는 회복기의 땅을 만져봅니다

당신이 아프면 나도 아프고
먼 데 있어도 말하지 않아도 다 아는 것을

그저 당신께 투둑투둑 심장이 터지는 소리로
꽃들이 핀다고
마지막 인사를 하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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