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날아 내생의 봄날아,,,
그때의 봄은 참으로 행복한 날들이었다
무엇하나 충족치는 않으나 더 바랄 게 없이 따스한 볕살 같은 풍요로움들 프리즘을 통해 바라본 세상은 무지개처럼 아름답고 크게만 보였다
봄날에 꽃이 피고 지는 건 자연의 거역 할 수 없는 신의 섭리 묵묵히 순응하는 생에 주어진 한웅큼의 은혜
생을 꽃피우고 지탱하는 건 쓰러지지 않으려는 힘겨운 싸움 개화의 꿈은 낙화 낙화는 반복되는 생의 연장이든가
어렸을 때를 떠올리면 딱히 행복했던 기억은 없다 행복했던 기억이 없더라도 그 땐 충분히 행복했다 그게 행복이라는 걸 몰랐을 뿐,,,
어떤 이유도 없이, 느낄 여유도 없이 그냥 좋았던 나날들 머리 터지고 무릎이 깨져 울음을 터뜨린 기억조차 아름다운
동심으로 돌아가고 싶은 건 그 시절이 가장 행복하였기 때문일까
가진 게 없고 아는 게 없이 오로지 배고픔에 힘들었던 시절 그때만큼 꿈이 많았던 적이 없었다 우체부나 선생님이 되는 꿈 옆집 애랑 신랑각시 되는 꿈 등등 바로 그것들이 날 행복하게 했다
이젠 추억이란 이름으로 기억 저편에 자리한 아스라함 지난 날의 추억이 아름답게 회상되는 건 봄이기에,,, 따스한 봄날이 오기 때문
책갈피 속에 끼워진 봄날의 꽃송이들 바삭 마른 드라이플라워에서 하나하나 꺼내보는 유년의 개화 그 향기 어지럽다
개화는 생에 중요한 과제 한번의 꿈으로 좌우되는 삶 한번의 꽃핌이 존재의 이유 꽃 피우지 못하면 사라져 버릴,,, 꿈꾸지 못하면 시들어 버릴,,,
작은 들풀에게도 처절한 생명의 신비함은 얼룩진 무늬로 세월의 흔적을 담는다
지금의 삶들보다 내겐 그날들이 그립다
여태 헤매인 생의 겨울 버둥대다 떨어진 꿈이란 나무 마음이 상처받은 불구의 몸으로 다람쥐 챗바퀴 돌듯 산 고달픈 나날 점점 메말라 굳어진 황무지에서 꿈을 잊은 채 현실만을 쫓아 온 발길들,,,
다시 되감아 보는 낡은 태엽 종착점없이 질주한 일상의 궤도에서 어제를 통해 삶을 되돌아 본다
암울한 겨울이 지났으니 내 생도 찬연한 봄을 맞는가 봄의 기운에 마음의 문을 열면 심연에서 떠오르는 한줄기 빛 오랫동안 잊고 살았던 유년이라는 단어 가만히 꿈이란걸 어루만진다
아린 기억이 치유되는 봄날,,,
마음에 담아둔 꿈이나 행복은 가슴 밑바닥에 가라앉은 응어리 쉬이 사라지는 것이 아닐 게다 조금씩 아주 조금씩 빛바래며 잊혀져 왔을 뿐,,,
행복한 날아,내 생의 봄날아,,, 노랑나비 날으니 아지랭이 어지럽다 해마다 맞이하는 봄은 갈수록 아련한 느낌이 된다
무엇이라 설명할 순 없으나 더 바랄 순 없는 한줄기 볕살에 닿은 마음가닥 유혹하는 강열한 원색들 무채색으로 변해가는 시야에도 선명하고 환한 기억이 움트나보다 봄날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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