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릅나무 잎으로 피고 지기... /바라기
나는 한때,
암사동 선사유적지 앞
양팔로 다 안을 수도 없는
느릅나무잎으로 매달려 있었습니다.
그대 가끔이라도 지나치는
그러나 번번이 엇갈리던 길섶
또 한 생을 마감하고
다른 삶을 시작하는 봄입니다.
바람 잦아든 날엔
그대 주머니에서 부딪히는
열쇠꾸러미 소리가 들리고,
인도 블록 틈새에 삐끗하는
그대 발걸음에 소스라치게 놀랍니다.
곁눈질로 바라보는 세상
두근거리며 훔쳐보는 그대
외눈 가로등을 매달고
그대의 밤을 지킵니다.
내 작은 소망은
내게 등 기대어 받은 숨을 쉬는
그대 머리칼을 쓸어 넘겨줄 수 있는
시원한 바람과 그늘을 가진
잎으로 피고 지는 것입니다.
흔쾌한 기다림만으로
이번 생도 그대에게 바칩니다.
부디, 다음 생도
다른 별이 아닌 그대의 별에서
잎으로 태어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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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이 있는 생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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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중,
정말 열심히 그리고 바쁘게 살다
어느 한순간 멍해질 때가 있습니다.
영혼이 육체를 이탈한 듯,
아니면 너무도 놀라운 일을 만났을 때 넋 놓듯...
또 그러다,
오지랖 넓게 김장 도와준다며
마늘껍질을 벗길 때의 기억처럼
눈시울이 붉어지고, 코끝이 싸해집니다.
누군가 슬쩍 건드려라도 주면
그 핑계로 한없이,
깊숙이 울어 볼 수도 있는 그런 날처럼...
특정이 누군가를 생각한다든지,
무언가를 고민한다든지 그런 것도 아닙니다.
그렇다고 눈물이 흐르는 것도 아닙니다.
생각이 생각을 만들어 빙빙 도는 느낌이랄까요.
불특정 주기로 출몰하는 내 멍때림의 종말은
머리를 꽁 때리는 후회로 끝나기도 하고,
오늘처럼 어떤 영감이라도 받은 듯
미친 듯이 자판을 두드리기도 합니다.
한 줌 고운 모래가루가 손가락 사이로
스르륵 흘러내리듯 시간이 미끄러져만 가고
오늘 하루도 이렇게 죽여 없앴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