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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아둔 시와 영상

부모/이상원님의 시향과 함께~^*

by 차느디 2008. 10. 27.

 

 
   
       부모/이상원
       그 눈에 익은 들길
       손 흔들며 지나가는 바람에도
       눈길 한번 주지않고
       뙤약볕아래 평생을 논밭 일구어서
       자식들 다 제 세상 길로 들어서게 하시고
       그 자식들이
       제 자식 낳아 기르며  
       흰 머리 늘어가는 부모가 되어도
       늙으신 부모님의 
       자식들 사랑하는 일은  
       날마다 앞산 넘어가는 세월처럼
       지칠 줄 모르는 것 같습니다.
       자식들이 아프면 더 많이 아파하시고 
       자식들이 웃으면 잔잔히 미소 지으시며
       자식들 삶속에 
       그 작은 몸과 마음 다 녹여 버리셨던
       눈물겨운 아버지와 어머니,
       그렇지만     
       부모님에게는
       품 떠난 자식들이 어려운가 봅니다.
       지금까지도
       부모님의 땀과 눈물을 먹고 살았던 자식인데
       그 자식들이
       제 자식들 앞세워 가며 
       늙으신 부모님을 뒷전으로 밀어 내셔도  
       전혀 서운한 내색 아니하셨고
       오히려
       자식들에게 짐이 될까봐 
       부탁 한번 못하시던 부모님이었습니다.
       그래도
       어쩌다 찬 바람에 안부 물으며
       모두 건강히 잘 있다는 자식의 말 한마디에
       감사하고 고맙다고 말씀하십니다.

       봄 가을의  논둑 길에 
       피고 지던 꽃 멀리서 바라보시며
       숱한 세월   
       오직 자식들 뒷켠에 서서
       자식들 따라 울고 웃으시더니
       두분 사이에도 장롱위에 쌓인 먼지처럼  
       아무도 모르게 두터운 정이 쌓였었나 봅니다.
       어머니 암으로 병원에 계실 때
       자식들은 눈시울만 붉히고 있었지만
       늙으신 아버지는  
       니 어머니보다 내가 먼저 가야하는디...하시며
       어머니의 아픔보다 큰 고통을 삼키고 계셨었고,
       아버지 중환자실에 계실 때에는
       자식들은 의사 말대로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늙으신 어머니는 의식도 없는 아버지 바라보시며
       빨리 일어나 시골 집에 내려가시자며  
       애절하게 기도하시고 계셨었습니다.                  
       자식이 죽으면 부모는 자식을 가슴에 묻고
       부모가 죽으면 자식은 부모를 청산에 묻는다 했는데
       지난 추석
       아버지 청산에 오르셨던 길 따라 오르다가
       세상에서 제일 바보처럼 살았던 사람이
       바로  
       부모님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온갖 것 다  
       아낌없이 내어주시기만 하시더니
       가슴까지도 텅 비어버린 아버지와 어머니. 
       이제
       거울속에 흰머리만 늘어가는데
       나도 언젠가
       주름살마저 닮아가는 아내 손을 잡고
       늙으신 부모님이 걸었던 그 길위를 
       묵묵히 뒤따라 걸으며
       바보처럼 살아가는 
       또 다른 부모가 되어있지는 않을런지......
      
    * * 아름다운 산야가 가을잔치를 거둡니다. 지난 시절에 주셨던 부모님의 사랑이 저무는 이 계절에 생각 키워지게 만듭니다. 푸르고 깊은 가을 하늘을 나누고 싶습니다. 사랑의 가슴으로 그리움으로~~ Seattle의 가을향기 속에서, 동목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