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단상 / 雪花 박현희

                                              여름 단상 / 雪花 박현희

한줄기 소나기 시원스레 지나간 후 

들녘의 수목들은 

새로 단장한 진초록 녹음을 뽐내고 

빗방울 또르르 맺힌 파란 잎사귀도 

한껏 싱그러움을 자랑하네요.

지천으로 만발한 온갖 들꽃이며 

탐스럽게 굵어가는 과실이 

비 갠 여름의 들녘을 

푸르게 장식합니다.

철 이른 코스모스 

한들한들 바람에 나부끼고 
어드메서 날아왔는지 

성미 급한 빨간 고추잠자리 떼가 

푸른 창공을 헤엄쳐다니네요.

대지를 태울 듯 

이글거리는 태양 아래 

상수리나무 잔가지에 진을 친 

매암매암 매미 울음소리 위로 

뜨거운 여름은 무르익어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