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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송화

by 차느디 2016. 8. 21.



 

 

채송화

 

누이야
지금도 기억하는가
시오리 길을 걸어 학교에서 돌아오면
눈물자국 얼룩진 얼굴로 배시시 웃으며
나를 반기던 그때를 기억하는가


콩밭 매러 가신 어머니
집으로 돌아오려면 멀기만 한 여름 한낮
햇살에 바알갛게 익은 얼굴로
아장아장 내게로 와 품에 안기던
나의 어린 누이야


꽃들도 문을 닫는 저녁
너는 등에 업힌 채로 울다지쳐 잠이 들고
네 머리 위론 눈물처럼 반짝이는
개밥바라기 별이 떠 있었지
누이야
아직도 그때를 기억하는가


슬픔같은 건 몰라
울다가도 식구들과 눈만 마주치면
까르르 자지러지던 너의 웃음소리 그리운 날
누이야, 너도 보고 있는가
속없이 웃고 있는 저 채송화를

 


글.사진 - 백승훈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