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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이 주는 즐거움

by 차느디 2016. 7. 2.

 

 

상상이 주는 즐거움


초현실주의라는 말을 몰라도

미술관에 가는 데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양복 입은 남자의 몸통과 얼굴이 분리된

르네 마그리트의 ‘순례자’ 앞에서
“아저씨가 출근하는데 바빠서

얼굴을 놓고 갔나 봐”라는

아이의 말을 들을 수 있다면

얼마나 즐거울까.

 

아이스크림처럼 유리잔에

구름을 소복이 담은 ‘심금’을 보고 나서
“우리도 구름 한 잔 할까?”

웃으며 말하는 친구와 전시회를 나설 때
일상의 케케묵은 먼지는 날아가 버린다.

 

정물화를 그려야 할 미술시간에

사과 한 알 대신

열매가 주렁주렁 달린

나무를 그리는 아이는
선생님께 칭찬을 받을 수 있을까.


이번 전시회에서는 볼 수 없었지만

‘투시’라는 작품 속의 화가는
알을 보며 날개를 활짝 편 새를 그리고 있다.
“나는 나 이전에 그 어느 누구도

생각하지 않던 방식으로 생각한다“고 했던
마그리트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얼마 전에 그림을 그리는 친구가

몇몇 지인들에게

코뿔소나 너구리, 황새, 노루 등의

동물 캐릭터 그림을 선물한 적이 있었다.
그러고 보니

누구는 정말 코뿔소처럼 당당했고

또 누군가는 노루처럼 귀엽고 조용했다.
그림 속 주인공이

그 동물의 성격과 특징을 쏙 빼 닮았다는 걸

깨달으며,
보는 사람도 동물이 된 본인도

모두 재미있어 했다.

 

숨겨진 진실을 꿰뚫어 보는

능력이 상상력이다.
상상력은 얽힌 듯 보이는

현실을 명쾌하게 만든다.
어두운 것만 같은 현재를

이해하는 지혜가 되기도 한다.
죽은 듯 서 있던 겨울나무에서

푸른 잎을 보고
먹구름 뒤에 감춰진

파란 하늘을 상상할 수 있다면
삶은 훨씬 따듯하게 다가올 것이다.
삶의 본질 그 자체는

언제나 환하기 때문이다.



류진 / 2007 조선일보 신춘문예 소설 부문 당선자

 

 

 

 

 

 

 

ezday 이 글은 여성포털 이지데이에서 발송한 아침메일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