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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아둔 좋은 글

한 바가지의 물

by 차느디 2016. 7. 1.


 


 한 바가지의 물

 

드넓은 사막 한 가운데,

이제는 폐허나 다름없는 주유소가 있고

거기에 그 사막에서 유일하게도 물펌프가 하나 남아있다.

한 사람의 지친 나그네가

목마름으로 거의 실신할 지경에 이르렀을 때,

주유소의 물펌프를 발견하고 한 달음에 달려간다.

그리고는 한 바가지의 물과 함께

다음과 같은 내용의 팻말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이 물펌프 밑에는 엄청난 양의

시원한 지하수가 흐르고 있습니다.

누구든지 목마른 사람은 이 펌프 물로

목을 축이고 가셔도 좋습니다.

그러나 단 한가지 명심해야 할 사실은

펌프 앞에 놓은 바가지의 물만은

절대로 마시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이 물을 펌프 안에 넣어서 열심히 펌프질을 해야만

지하의 물을 끌어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펌프 안의 물을 퍼올려 목을 축이셨으면

떠나기 전에 잊지 말고

그 바가지에 다시 한가득 물을 퍼놓고 가시기 바랍니다.

나중에 올지도 모르는 또 다른 나그네를 위해서입니다.”


짧은 내용의 이야기이지만 큰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

그 나그네가 펌프의 물을 마실 수 있게 된 것은

그보다 앞서서 펌프를 다녀갔던 수 많은 사람들이

팻말의 충고대로 바가지의 물만은

마시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점이다.

만일 앞서서 이 펌프를 거쳐간 사람 가운데에서,

단 한 사람이라도 팻말의 충고를 무시하고

바가지의 물을 마셔버렸다면,

사막의 유일한 펌프는

그 순간을 마지막으로 영원히

물을 뿜어낼 수 없게 되었을 것이다.

모두들 아주 사소하지만 가장 중요한 질서,

타는 듯한 목마름을 참아내고

바가지의 물을 소중하게 지켜왔던 것이다.


그리고 또 한가지 한 바가지의 물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일까 하는 점이다.

메마른 사막 한 가운데에서

시원스러운 물줄기를 뽑아 올릴 수 있는

한 바가지의 물,

엄청난 가능성을 지니고 있는 그 물은

우리에게 무한한 발전을 가져다 줄 수 있는 원동력,

어떤 일을 시작하는데 있어서

힘이 되어주는 근원인 것이다.


이 펌프 이야기에서 강력히 상징하듯

우리에게 오늘이 있는 것도

어쩌면 우리보다 앞서간 사람들이 남겨놓은

한 바가지의 물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인지도 모른다.

기업에서는 밤을 새워가면서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좀 더 편리한 시스템으로 만들기 위해서

애쓰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어디에선가 남모르는 노력을 통하여

지금 자신의 명예보다는 내일의 발전을 위해서

연구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 지친 나그네는 팻말 앞에서 잠시 생각한다.

그리고 그도 역시 바로 눈 앞에 놓여 있는 한

 바가지의 물을 펌프 안으로 부어 넣고는

열심히 펌프질을 하는 것이다.

마침내 펌프에서는 맑고 시원한 물이 쏟아져 나오고

그 물로 마음껏 목을 축인 나그네는

행복에 넘치는 표정으로

펌프 앞에 이런 쪽지를 남겨놓는다.


“이 한 바가지의 물은 단순한 물이 아닙니다.

뒤에 오는 나그네여.

당신이 잠깐 동안 목마름을 참고

한 바가지의 물을 지킬 수 있다면

이 펌프 물은 앞으로도 목마름에 지친

수많은 나그네들을

행복하게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죽을 지경에 이르는 목마름을 참고

얼굴도 모르는 뒷날의 나그네를 위하여

다시 한 바가지의 물을 남겨 놓는 마음,

그것이 오늘의 우리를 있게 한 것이라면

지금 자신이 다가올 미래를 위하여 남겨놓을

한 바가지의 물은 무엇일까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신영철 지음 <신사장의 편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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