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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灰色)의 산책(散策)

by 차느디 2014. 3. 9.

 

 

 

  회색(灰色)의 산책(散策)(작)   

 

이른 아침, 현충원의 산책로(散策路)
후두둑 떨어지는 겨울비를 맞는다.



         노란 은행잎의 군무(群舞)를 보며
     세월(歲月)이 아래로 떨어짐을 깨닫는다.



   한 세월 살아온 흔적(痕迹)이
   그 아픈 흔적을 버리고 떠나는 길.



  버리고 떠나는 것이
  어디 그리 쉬운 일인가.



가슴에 묻어둔 그 아픔은
차라리 그냥 가져가면 될 것이다.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웠던 기억들은
남은 자의 몫이니 그냥 떠나는 것이지.



철철 넘쳐 흐르던 눈물들은
이제 내 몫이 아닌 망자(忘者)의 몫이려니.


나를 못가게 붙잡는 것은
아픔도, 아름다움도, 슬픔도 아닌 것이다.



나그네 여정(旅程)에서이루지 못한 미련(未練)이
길목에서 소리쳐 운다.



아직 떨구어내지 못한 이파리가
나뭇가지에 매달려 부르르 몸서리 친다.



떨궈내고자
겨울비는 내리는데
갈 길은 다가오는데....

 

 

                                    뚜르


 

 

 

 

 

이 글은 여성 포털 이지데이에서 발송한 아침메일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