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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아둔 시와 영상

집잃은 고양이를 키우다.

by 차느디 2011. 12. 31.

집잃은 고양이를 키우다.

 

 

 

 

집 잃은 고양이를 키우다


 

아주 우연히

집 잃은 고양이를 키우게 되었다.

 

 

처음에는 적당히 키우다

주인 찾아오면 돌려줘야지 생각했다.

나도 고양이처럼 외로우니까

 


집을 잃은 건지, 집을 나온 건지

모르지만 말이다.


날이 갈수록

원래 내가 키운 고양이인 듯 정이 간다.


고양이도 이제는 나를 참 좋아한다.

 


문득 겁이 난다.


고양이 주인이 나타나면 어떡하지

아니 집을 나가버리면 어떡하지

원래 집을 나와 본 녀석이잖아


결국은 주인이 찾아오던지

또 집을 나갈 녀석이 확실하다.


 

 

자신이 없다

헤어짐을 준비해야겠다.

나중에 더 아프기전에


남의 집에 대신 키워달라고 부탁한다.

더 정이 들면

너무 힘이 들까봐



새로 이쁜 고양이 한 마리 사려고

고양이 가게를 둘러봐도

마음에 드는 놈이 없다.

그 녀석이랑 정이 많이 들어서인지

다른 고양이는 눈에 안 들어온다.

 

전화벨소리가 울린다.

“ 죄송한데요. 고양이가 없어졌어요.

어떡하죠, 저희 집에 와서는

밥도 안 먹고 울기만 하더니 집을

나가버렸나 봐요. ”

고양이를 키워달라고 부탁한 지인의 전화였다.

 


급한 마음에

고양이를 찾으려

대문을 나서는데


이 녀석이

대문 앞에 떡하니 폼 잡고 앉아있다


서둘러 안고 집으로 들어왔다.

 


다시 보니 너무 좋다.


그래, 다시 키워야겠다.

아니다,

게다가 그새 새 주인과

나보다 정이 더 들은 건

아닌지 샘도 난다


어떡하지


 


잘 모르겠다.

 

혹시

당신도

영원히 내 것은 될 것 같지 않고

내 것으로 만들 자신도 없어

나중에 너무 아플까봐

차라리 지금 아파하려고

그게 더 나은 선택이라 자신했는데

막상 내 눈 앞에 나타나니

잠시 잃었던 행복보다

오히려 더 큰 행복으로 나타나

나중에 올 아픔을 잠시 잊어버리고 싶은

그런 '사랑' 이 있나요?

 


그렇다면

그 사랑 말이죠.


다시 키우세요.


고양이 다시 키우듯이

 

책 ' 오죽하면 ' 내용 중에서






출처 : 책 "오죽하면" 중 일부

ezday 이 글은 여성포털 이지데이에서 발송한 아침메일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