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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아둔 시와 영상

따듯함을 찾는 도시 소년

by 차느디 2011. 9. 24.

 



 (영화 '써니'의 한장면)

따듯함을 찾는 도시 소년

 

 

 

 

어린 시절 추억 없는 나

초등학생 시절에는 천식때문에

중학생 시절에는 사춘기여서

고등학생 시절에는 입시걱정에

 

이러저러한 핑계들로 추억을 달아나게 했다.

허나 이 순간에 나와 똑같이

추억을 잃어버린 사람이 나 뿐이던가

지레 짐작하더라도 숫한 숫자일 것이다.

 

왜 이렇게 시대가 변했을까

옛적 시절을 추억하는 영화들처럼

서로를 칠공주라 부르며 활개 치던 소녀들처럼

온 세상이 자기 것 마냥 여기는 거만한 소년들처럼

 

이 내가 사는 이곳은 그런 사람들이 없을까

그저 학교에서 잠깐 떠들고는 집으로 돌아와

홀로 있는 친구들

그 홀로 있는 시간이 너무도 익숙해져버린..

 

서로 부대끼며 다투면서 아무것도 아닌 것에

슬피 울고 또 낄낄대며 웃는 그런 친구들

옛 시절을 추억하는 영화에만 남아있네

그 정다운 모습이 도화지에만 남아있네

 

진정으로 우정을 나눌 친구들이 있다면

옛적 정다운 친구들이 남아 있다면

여느 삭막한 또래들과 비슷한 나도

모든 가식을 벗고 그들의 친구가 되고 싶네

 

어느덧 날이 저무는 일요일

 

컴퓨터 앞에 앉아 보이지도 않는 이성과

웃고 떠드는 친구

아직 오지도 않은 중간고사 앞에

불안에 떨며 공부를 하는 친구

 

나와서 놀러나 가자라는 문자를

맘 편히 보내지 못하는 친구들

 

내 핸드폰이 그들을 무색하게 여길 뿐이다

오늘도 난 외롭게 월요일을 기다린다

 

 

 

이 글은 여성 포털 이지데이에서 발송한 아침메일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