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로 만든 것들은 항상 나를 울게 한다
내 사랑하는 사람에게 전할 편지가 있습니다.
이 종이 비행기 접어 하늘로 날립니다.
부디 지나가는 바람, 그 비행기 안고 저 하늘 끝까지 올라가 주기를
떨어져 내리는 비행기에 오늘도 울게 됩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사랑해요'라는 네 글자가 너무 무거운가 봅니다.
내가 반말을 해도 그대는 용서해야 합니다
내 사랑하는 사람에게 전할 편지가 있습니다.
이번엔 종이배 접어 강물에 띄웁니다.
부디 흘러가는 강물, 그 종이배 띄우고 저 강의 끝까지 닿아주기를
부서져 버리는 배에 오늘도 눈물 납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사랑한단 말은 접을 수 있는 말이 아닙니다.
그대에게 접힌 채로는 보일 수 없는 말입니다
시행착오는 늘 언젠가는 성공하리란 걸 믿게 해주는 힘이 됩니다.
내 사랑하는 사람에게 전할 편지가 있습니다.
이번엔 종이학 접어 마음만을 담습니다.
부디 간절한 이 마음, 그대 있는 그곳까지 닿아주기를
아무리 바래도 이뤄지지 않는 소망은 그대와 나의 거리를 가늠케 합니다.
나의 바람은 지금 부러 먼 길을 돌아가는 건지도 모릅니다.
언제나 그대 앞에 쉽게 다가가지 못한 나를 닮아 그런 건가 봅니다.
나를 바꿔야 되는 건가 봅니다. 내 사랑은
내가 바뀌지 않으면 안 되나 봅니다.
종이로 만든 것들은 항상 나를 울게 합니다.
하지만 소리낼 수 없는 게 내 약한 모습은 바라지 않아도
너무도 쉽게 그대에게 닿아 버리기에
오늘도 소리없는 눈물만을 흘립니다.
늘 이렇게 눈물 흘리고 나면
이것만은, 부디 이것만은 소문내지 말라고
세상 모든 것들과 새끼손가락 걸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손가락이 아파도 그 아픔, 밤을 세워도 그건 내 눈물의 대가일 뿐입니다.
결코, 그대가 알아선 안 됩니다.
결코, 그대가 알아선 안 됩니다.
박은창 시집 <바닥이 햇살이다> (교보문고 pod사업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