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이 오는 소리
청계 정헌영
멀어져 가는 여치 매미 소리
가느란 햇살에 익어가는 벼 이삭
수수밭에 앉은 고추잠자리의 날갯짓
파란 하늘 아래 흔들리는 코스모스
이 모든 정겨운 모습에서 가을빛을 본다
9월이 오는 소리에서 그리움이 녹고
스미는 가을빛에
사랑은 알밤처럼 익어가는데
살찐 염소가 초원을 헤매며 사랑을 부르면
품속 그리움 꺼내 별빛 외로움을 훔친다
지난여름 된더위 소낙비에 얼룩진 마음에
흰 구름 뭉게뭉게 피어올라 천사 같은
그대를 그리면
내밀한 속 타는 마음 감추고 바라보는 내 마음은
실바람에 실려온 한 잎 이파리로
풀밭을 떠도는 신세 되어
가을빛 노을보다 더 붉은 여린 가슴만 쥐어뜯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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