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워낼 수 없는 슬픔 / 이민영
마음에 슬픔이 고이는 날에는
나는 강 물줄기에 이어져 가며
같이 흐르며 같이 내린다
물살마다 슬픔이 내리고
강둑위에선 마음이 우는 날
나는 그 눈물를 받아
너의 눈물 속에
나도 작은 눈물이 되어
너의 눈 안에서 울고
너의 어둠에 잠기면서
저녁을 안고 저녁 속을 걷는다
내가 살던 동해에 이르면
그 바다가 너른 만큼
마음 속 묻어 둔 사연들이
희미해지지 않도록 세월을 깨워가며
얼굴을 담가 보기도 하고
잊혀진 우리들 추억일랑은
가만히 날짜를 셈해 보기도 하는데
어느새 일기장 속의 글들이
까맣게 타서 보이질 않는다
짐작으로 기억을 일구어 내는듯
바다같은 너의 마음 속에서
나는 잠을 잔다
마음이 슬픈 날에는
언제인지 모르나
나는 혼자임을 알았고
울지 못하는 슬픔이 다가와
사랑이라고 하는데
인생은 내내 아침부터 꿈을 꾸는데
이제 그대가 되었으되 허상처럼 다가와서
이내 사라지는 그림자가 되었으니
삶의 집들은 어디인지 알 수가 없다
마음에 슬픔이 고이는 날에는
냇물이 강으로 흐르고
강물이 바다로 흐를 때
흐르지 못한 나의 영혼과
착지하지 못한 나의 육신은
하늘로 오른다 끝도 없이 올라가서는
그리움을 그리고 있고
바다와 같을 너의 품속을 헤매면서
강물에 흘려 보낼
너와의 사연을 풀어 놓으면서도
외로운 내 마음에게
홀로 더욱 슬프고 때로는 쓸쓸하라고,
울음도 떠나가고
슬픔마져도 제 갈 길을 재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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