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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아둔 시와 영상

갈대의 시간 / 이효녕

by 차느디 2009. 2. 8.

 

**갈대의 시간**


이효녕 

 


새벽의 여명 앞에 창을 열면
소리 없이 내리는 함박눈
겨울날 홀씨 되어 날아다니다가
모두 내려앉은 고요한 이 세상


덩그러니 홀로 남아 있다가 
처음 만나서부터 지금까지
언제나 내 곁을 지키려는 너처럼 
마지막 손짓이 너무 정겹다 


 
바람 앞에 흔들리다가
가냘픈 목을 기꺼이 내어주고 
이렇게 눈이 내려도 남아 있는 건 
지난 가을 추억이 너무 아름다워  
마음이 허락되어 흔드는 손짓일까

 

차갑게 내린 밤 서리에 잠이 든
바람이 스치고 지나는 언덕
긴긴밤 둘이는 서로 부둥켜


몸 비비다 모두 벗어놓고
맨 손으로 보내는 시간은 
겨울 강물로 흘러 어디로 가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