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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아둔 시와 영상

남겨진 이유/박성환님의 시향과 함께~^*

by 차느디 2008. 10. 13.

남겨진 이유 /박성환

 

퍼질러 드러누운

몇 개의 농익은 은행 알이

보도 블록위에서 뭇사람의 발길에 밟혀

뭉개져 있을 때 그제서야 알았다

 

자글자글

주름살 깊은 노파가 굽어서 휘어진 걸음으로

한발,두발

병원 문턱을 넘어오며 내뿜던 고통의 숨소리가

가느다란 주사 바늘을 따라

방울방울

메마른 팔뚝으로 잦아들 그 때 그제서야 알았다

 

소나무 둥치에서 꿈틀꿈틀

느린 걸음으로 겨울집을 찾는

송충이 한 마리가 숨차게 바빠 보이는 것은

아마도...

살아있기에 즐거운 것일지도 모른다

 

모두들 살아있고 싶어 안달이지만

모두들 살며, 사랑하지만

거기 남겨진 이유를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가을하늘이 높습니다.
노을지는 서쪽하늘에
하얀구름이 포근히 눕네요..
 
천년그리움님들
오늘 하루도 가을의 향기로 행복하세요~
 
동목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