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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아둔 좋은 글

어디쯤 가고 있을까 어디쯤 왔을까

by 차느디 2016. 4. 27.

 





어디쯤 가고 있을까 어디쯤 왔을까

 

 

 

 

목적지를 잘 모르는 밤 길


눈 씻고 차창 밖을 보아도 어두움 뿐.


이정표가 없다. 

 

 

어디쯤 가고 있는 것일까?


길을 떠난 지가 한참 된 것 같은데...

 

 

눈을 감고 있는 사람


다정히 속삭이는 연인


잡지를 들척이는 사람


창 밖에 시선을 던진 사람

 

 

어디를 가는 사람들일까?


무슨 일로 갈까?


목적지를 잘 알고 가는 걸까?

 

 

 

 

 

자동차는 쉬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데


나는 어디쯤 가고 있는 걸까?

 

어디쯤 왔을까?   

 

 

봄,


여름,


가을,


겨울


이렇게 네 계절 

 

나는 갈대가 바람에 휘날리는 가을쯤 왔을 거다.

 

 

이른 가을인가?


늦가을인가?


하여튼 가을이다.

 

 

난 어떤 꽃을 피었었나?


어떤 열매를 달고 있나?

 

 

 

 

 

눈길조차 주지 않는 들풀들도


가을엔 열매를 달고 있는데.

 

제대로 꽃도 피우지 못하고

 

쭉정이만 있는 지금


이른 가을이면 어떻고 늦가을은 어떤가 ..

 

 

수치스런 몸뚱이를 가려 주었던


알량한 내 이름이 낙엽처럼 떠나가겠지. 

 

 

볼품 없는 알량한 몸뚱이 흰눈이 앉아 봄꿈을 꿀까?


참새가 조잘거리며 내 귀를 시끄럽게 할까? 

 

 

 

- 아동문학가 김원석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