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정 밤 바다에서
송정 바다
나무가 없는 모래밭
늦은 밤시간엔 터엉 비었다.
하늘도,바람도,구름도 없고
그 흔한 고깃배도,사람들도 없는 검푸른 바닷가
오직 고요한 수면과 등을 마주한 어둠
물빛과 하늘빛의 구분이 모호한
그 바다 위를 나르는
검은 바람이 된다.
바람에 놓쳐버린 사소한 기억들은
소금기 머금은 포말로 밀려오고
허옇게 부서지는 바다에
사라진 언어들이 하나 둘 다가온다.
밀려오는 파도도,흩어진 모래알도
불어오는 바람도 지울 수없는 연민
검푸른 어둠은
바다인가,하늘인가?
바람인가,파도인가?
검은빛 어디까지가 육지
그림자 어디까지가 바다
수평선을 두고 뒤엉켜 모두가...
모두가 하나로 섞이는 곳
밤바다...
빛과 그늘이 서로 스며들고
환영의 끝과 그리움의 뿌리가
더해진 소금물에
부패되지않는 기억으로 남고파
몇번이고 자맥질하다 지친 파도가 된다.
밤바다를 마주하면
시간도 세월도 느낄수 없는
새까만 정점에서 터져나는 울부짖음
과거를 지금에로
미래를 지금으로
세월의 시침은 꺼꾸로 돈다
역류해서 밀려온 젊은날의 조각을
눈앞에 불러세우는 파도의 힘
바다 앞에선
열댓살의 나이로 돌아가
그리운 것들을 붙잡지 못한 안타까움에
흐려지는 눈매
건조한 영혼이
밤새 울부짖는 바다에 섞여 잠을 설친다.
젊은 나이,,,
사랑은 언제나 멀리있었고
손으로 붙들지 못하고
오직 가슴과 영혼만 애닳았던,,,
그날,,,
바람은 바다를 등진 채 뭍으로 가고
바다엔 파도소리만 남았던가
전 생애와 바꾸려고 했고
목숨을 주어도 아깝지도 두렵지도 않았던,,,
바다 앞에서 그를 생각한다
한번도 잊은 적이 없는 그에게 잠겨든다.
아픈 기억이랑 들추지 말자
아름답고 좋았던
기억하면 할수록 빛나는
바다처럼 충만해지는 얘기만 나누자
목숨 건 사랑이 헛되지 않도록
물결을 가르는 물고기의 절름발이 유영
은빛 비늘에 가시를 꽂은 채
잘려나간 반토막 지느러미만으로
수심에 잠긴채
죽은 듯 참아 지낸 모진 세월
그를 품고 예까지 유영해 왔던가
바다에서 눈물을 흘리면
바다마저도 눈물로 변한다
눈물이 담긴 바다에
마음을 담근다
생각도, 추억도,,,
정신도 영혼도,, 사랑도 담그니,,
내 사랑은 바다가 된다.
바다는 받아들일 수 있는 모든 것들을 받아들여
바다빛으로 물들인다.
사랑에 빠지고픈 강렬한 유혹으로
바다로 뛰어든다
사람의 품이 그리워
바다에 가면 늘 안기곤 한다 그에게,,,
송정 밤바다는
결코 잡을 수 없는 인연의 그림자
붙들지만 침묵하는 안타까움
바다는 말이없다
침묵의 바다,,,
한량없슴으로 바라다 볼 뿐
무슨 말들이 필요하겠는가
바다에서는 겉으로 표현하는 언행은 필요치않다
설렘을 안으로 삼키고 삼켜
사랑 앞의 말없는 침묵, 그윽한 눈빛으로
오래도록 가슴에 간직된 사랑마냥
가슴에 깊이 담아두는 침묵의 바다.
밤바다에 오면
그도 나도 어둠에 잠겨
검은 바다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