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모아둔 시와 영상

무엇을 쓸까

by 차느디 2010. 12. 31.

 

 
25.jpg


 
          무엇을 쓸까/ 오세영
          무엇을 쓸까
          탁자에 배부된 답지는 텅 비어 있다
          전 시간의 과목은 "진실"
          절반도 채 메꾸지 못했는데 종이 울렸다
          이 시간의 과목은 "사랑"
          그 많은 교과서와 참고서도
          이제는 소용이 없다
          맨 손엔 잉크가 마른 만년필 하나,
          그 만년필을 붙들고 무엇을 쓸까
          망설이는 기억의 저편에서 흔들리는 눈빛
          벌써 시간은 절반이 흘렀는데
          답지는 아직도 순백이다.
          인생이란 한 장의 시험지, 무엇을 쓸까
          그 많은 시간을 덧없이 보내고
          치르는 시험은 항상 당일치기다

 

 

이 글은 여성 포털 이지데이에서 발송한 아침메일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