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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원의 편지

머릿수건 / 송국회의 향기입니다~^*^*

by 차느디 2010. 10. 12.

 

 




     머릿수건
    
                                野客/ 송국회
    
    그 푸르름의 무성함도 다 털어버리고
    줄지어 나는 기러기 떼처럼 억새풀 언덕에서 등돌려 떠나는 가을
    한여름 뙤약볕을 오르지 수건 한 장으로 가려진
    어머님에 까맣게 타들어간 주름이 더더욱 깊어 보인다.
    나는 일하기 싫으면 
    바람이 솔솔 내려오는 그늘에 앉아 게으름을 피웠지만
    어머니는 간간이 머릿수건으로 땀을 닦고
    한숨 한 번 길게 내쉬는 것이 휴식의 전부였다.
    이른 아침 풀밭을 누비는 달팽이처럼
    부엌으로, 장독대로, 광으로 종종걸음을 치고
    품 팔러 간 배추밭에서도 흰나비처럼 나풀거리는 머릿수건은
    우리 가족의 목숨처럼 소중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물끄러미 노을을 쫓던 눈시울이 붉어진다.
    머릿수건을 벗어 툭툭 하루를 털어내며
    대문 안으로 들어서는 구릿빛 얼굴엔
    배불리 먹이지 못한 죗값인 양 여직껏 미소는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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