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모아둔 시와 영상

당신은 중년에 핀 아름다운 꽃입니다 - 이채

by 차느디 2010. 2. 23.

 

당신은 중년에 핀 아름다운 꽃입니다 / 이채 그 밤을 다 걸어야 비로소 새벽을 만나는 어둠처럼 그 그늘과 바람을 다 견뎌야 탐스럽게 열리는 포도송이처럼 삶을 발효시킨 인내의 즙이 한잔의 포도주가 되기까지 당신이 가슴으로 삭힌 노래를 누가 알기나 할까요 남 모를 시린날의 외로움을 그 누가 짐작이나 할까요 알 수 없는 생의 그리움을 달래며 꿈속에서도 꿈을 키운 당신은 세월속에 핀 구슬같은 눈물의 꽃입니다 많은 밤을 달빛에 젖으며 지새워야 했던 고독과 홀로 깊은 어둠을 섬기며 자신을 지키는 기도를 잊지 않았던 고적한 독백이 아늑한 보금자리를 찾아 나그네처럼 헤매였을 방황 그래도 한폭의 그림같은 당신의 풍경이 아름다운 것은 바람의 옷을 입고 물위를 걸으면서도 진실과 순수의 꽃향기를 결코 잃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진정 삶의 멋과 맛을 아는 중년의 모습이란 마음의 꽃잎이 부드럽고 생각의 향기가 정직하고 행동의 가지마다 잘 정돈된 성숙의 나이테 말이 아닌 마음으로 온정을 전하며 기억하며 받기보다 나눌 줄 아는 여유로움에서 오는 것 인생이란 노트에 오늘도 산뜻할 것 없는 하루의 이야기로 쓸쓸히 여백을 채우지만 비가 내리면 풀잎처럼 젖을 줄 알고 눈이 내리면 아이처럼 기뻐할 줄 아는 세월은 흘러도 여전히 산새좋은 꽃가슴 당신이여! 당신은 중년의 뜰에 핀 아름다운 연륜의 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