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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원의 편지

수제비 / 이은영 [유채자작방]

by 차느디 2010. 2. 18.


  수제비 / 이은영
눈 내리는 어느 저녁 
마당을 훑고 지난 눈사람에
노오랗게 달빛을 불어 넣고
마알간 동심도 심었는데
어머니, 수제비 반죽을 하시다가
둥글게 둥글게 그리움을 만드셨다
콕콕 찍어 내리는 가슴의 새알이
어린 눈에도 생생히 비치는 저녁
펑펑 내리던 눈, 싸락눈이 되어도
소식 없는 아버지 생각에
끓고 있는 멸치 다시마 국물에
알알이 내리던 어머니의 마음
새벽별 반짝이며 봉창을 비추고
어머니의 가슴, 빈 상의 수제비처럼 
부풀다 못해 터지고 말았을 듯
삐걱거리는 새벽 대문과 함께
이미 떠나신 아버지 생각 간절한
눈 내리는 날의 기억 하나 스민다.

   

                                                         수제비 / 이은영 [유채자작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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