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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원의 편지들

중풍 할머니를 걷게 한 그 할아버지의 사랑 / 장석대

by 차느디 2010. 1.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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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풍 할머니를 걷게 한 그 할아버지의 사랑 / 장석대 우리나라 남자의 평균 수명이 75세라면 나는 벌써 5년 째 덤 의 삶을 살고 있는 셈입니다. 덤의 삶이 더 값지고 지난 세월 에 허리끈 졸라 매고 앞만 보고 걸어 왔길래, 이 풍진한 세월에 더 살다 가려고 아침 동이 틀 무렵 보온병에 커피 두 세 잔을 허리에 차고 인접해 있는 중산체육 공원으로 나가곤 한답니다. 그러고보면 누구나 생명의 애착심은 가지고 있는 모양입니다. 그런데 요즘 눈이많이 내리고 날씨가 추워서 방구석에서 글이나 쓰며 웅크리고 있답니다. 지난 가을까지만 해도 아침 도보운동은 악천후나 바쁜 일이 없는 한 습관처럼 하는 운동이였습니다. 나뿐만 아니라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체육공원은 늘 분비는데, 더욱이 축구장의 인조잔디와 7개선 400m 트랩에 우레탄을 깔고, 군데군데 체력단련 기구, 맨발로걷는 지압 산책길이 생김으로서 체육공원을 찾는 주민들이 부쩍 늘어났습니다. 외곽 610m의 폭신폭신한 우레탄 산책길을 5~8 바퀴를 돌 때면 운동하는 사람의 모습은 제 각각입니다. 나는 느릿느릿한 걸음으로 한 바퀴 도는데 8~9분이 걸립니다. 젊었을 때 교통사고로 척추를 다처서인지 요즘에 와서는 한 쪽 다리가 불편해 졌기 때문입니다. 나보다 더 안쓰럽게 보이는 사람은 중풍환자들입니다. 웬 중풍환자들이 그렇게 많은지 모르겠습니다. 중풍환자 중에서 돋보이는 것은 70세가량 된 할머니이고, 그 할머니를 껴안다시피 부축해 따라다니는 사람은 물론 할아버지입니다. 3년 전만 해도 중풍에 걸린 이 할머니는 네 발 달린 알미늄제 지팡이에 의지해서 흐느적거리는 다리를 끌고 다녔고, 할아버지 는 그림자처럼 뒤를 따라 다녔습니다. 쉼터 벤치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환담하다가 일어설 때면 할머니는 곧잘 엉덩방아를 찧곤 했습니다. 그때마다 할머니가 일으켜 달라고 팔을 쳐들면 할아버지는 먼 산을 보며 "일어 나, 스스로 일어 나!" 하며 매몰 차게 다그쳤습니다. 나는 "저 인정머리 하나 없는 영감태기, 저렇게도 독한 사람 봤나" 하며 귓싸다기라도 갈기고 싶었습니다. 그러던 그 할머니가 작년 가을부터는 거추장스러운 네 발 지팡이를 버리고, 가벼운 플라스틱 지팡이를 짚고 흐느적거리던 다리를 땅에 딛고 다녔었습니다. 이것은 기적이 아니라 결코 걷겠다는, 기어코 걷게 하겠다는 노부부의 결심과 피나는 노력의 대가라 봅니다. 그 노부부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본 나도 내 일처럼 기뻤었습니다. 그로부터 4계절이 바뀌고 어느 이른 봄날 아침이었습니다. 여느 때처럼 새벽 체육공원에 나가 운동을 마치고 벤치에 앉아 커피 한 잔씩 나눠 마시며 환담도 했습니다. 그리고 헤어질 때였습니다. 할머니는 가볍게 일어서며 "여보, 이 지팡이를 이제 그만 버릴 래“ 하니, 남편은 그저 웃고만 있었습니다. 할머니는 그 지팡이가 지겨운 듯 팽개쳤습니다. 그리고는 별안간 남편의 허리를 껴안고 어린애처럼 엉엉 울기 시작했습니다. 남편도 아내의 등을 도닥이며 소리 없이 울고 있었습니다. 이 노부부의 거둥을 지켜보아왔던 여러 사람들도 기쁨의 눈물을 훔치고 있었습니다. "혜란이 불에 타면 난초가 슬퍼하고(惠焚蘭悲), 소나무가 무성하면 잣나무가 기뻐한다 (松茂栢悅)"는 옛 선인들의 말이 이를 두고 한 말 같았습니다. 나는 할머니가 버린 그 지팡이를 도로 갔다드리며" 할머니 그만 우세요. 이 지팡이가 얼마나 지겨웠겠습니까. 그러나 이 지팡이 때문에 건강을 되찾은 게 아니겠습니까. 이 지팡이를 집에 두시고 옛말하며 건강하게 사십시요" 하니 할머니는 지팡이를 받아들고 더욱 슬피 울었습니다. 4년8개월이란 짧지도 않은 긴 세월 속에 걷고 말겠다는 할머니의 끈질긴 노력도 노력 이거니와, 혹독하게 훈련시켜 아내를 걷게 한 할아버지의 지고지순한 아내 사랑에 나는 예상치 못한 눈물을 쏟아 내야했습니다. 돌아 누어면 남남이 되는 부부의 사랑이 아니라, 70성상 사랑하며 미워하며 살아가는 한국인의 진정한 부부사랑을 보았던 것입니다.
고양시 중산마을 체육공원
* 노부부의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를 읽으며 눈시울이 뜨거워졌습니다 
자신만을 위해 쉽게 포기하고 유익을 찾아가는 현대의 우리들을 돌아보게 하는군요. 
세월은 붙잡을 수 없고, 그만의 걸음으로 당당합니다. 
오늘 하루의 시간에도 참되고 진실한 향기로 
마음의 사랑을 전하는 우리들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시애틀에 올만에 겨울 햇살이 빛났답니다, 행복한 날 되세요~동목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