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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원의 편지

어느 가을에 / 윤완수 [유채자작2방]님의 향기와 함께

by 차느디 2009. 10. 1.


                        

어느 가을에 / 윤완수 물 먹인 솜같은 육신을 뉘어 오수로 한 잠 건너니 어느새, 가을이 발 밑에 엎드려 있다. 햇귀에 종일을 닮아 압축해 온 질기고 붉은 노을은 하늘까지 내려와 강물은 피빛 같아라. 노을로 헹군 옷가지에 흥건히 젖은 채 새콤달콤 눈물을 흘리는 빨래 줄에 구름은 그저 그렇게 말없이 지친 어깨를 기댄다. 참, 늘 이맘때는 중전의 생일이지 구름 속으로 자주 숨던 어설픈 사랑에도 감의 볼살엔 황송하게 오도독 살이 오르고 가끔은 익어가는 감처럼, 물 담긴 유리 컵 속 등불처럼 환하게 장미 꽃송이에 어리던 퉁명스런 중전의 심통도 이쁘기만 한 어느 가을날의 오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