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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원의 편지

길 / 이상원 [천년수필방]님의 향기입니다~^*

by 차느디 2009. 6. 20.
 

길 / 이상원
삶의 기로에서, 우리는 매순간 선택을 하며 그 먼 길을 간다.
애초에는 빈 손으로,그 길따라 걷다가
나이 들어가면서 하나 둘 쌓였던 욕심들이
영혼을 무겁게 짓누르는데도
셈하며 머뭇거리다가 끝내 내려놓지 못하고 힘들어 한다.
그러나 비운다는 것, 그래야 가벼워질 수 있음을 알지만
기실 면벽의 수도승에게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닌 그런 일이다. 
오늘 하루, 살아 숨쉬는 일에 감사하면서도
돌부리에 걸려 넘어져 다치면
원망스럽고 불행한 날이 되는 육신의 끈에 매달려
시시때때로 달라지는 마음들,
삶은 늘 그렇게 육신과 영혼이 하나 되지 못하고 삐걱거린다.
그 길에서 마음으로 보고 들어야 하는 맑은 영혼의 소리보다는
보이고 만져지고 들리는 쪽을 향하여 우리는 먼저 고개를 돌리기도 한다.
그러한 즉물적인 선택은 당연히 가슴 깊은 곳에 숨어있는 영혼의 울림을 
알아채지 못하고 차후에 합리화된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는 옛말이야말로
우리의 행동양식을 가장 적확하게 꼬집는 말인 듯하다.

생각해 보면 세월이 흐를수록 그 길에서 부딪히는 선악을 구별하는 기준도
보편적인 도덕률이나 양심의 소리가 아니라
그때그때의 상황에 따른 개인이나 집단의 주관적인 이해관계에 따라
아무 부끄럼 없이 어제의 선이 오늘은 악이 되고 오늘의 악이 내일은 선이 된다.
어느 순간 사랑이 증오로 변하고 거짓이 진실이 되어 돌아오는,
또한 그 반대의 경우도 우리는 숱하게 보아왔으며 
아무리 향기롭고 아름다운 꽃이라도 자기에게 이익이 되지 않으면
꺽어도 되거나 한낱 뽑아내야 할 잡초에 불과한 것이 되었다.
실체는 없고 말만 떠도는 길에서 삶은 더 모호해지고
아주 자연스럽게 빈 껍데기만 남았다.
이기적인 삶 속의 몰가치적인 선택과 기준들.....
우리 자신도 모르게 뒤틀어진 그러한 삶의 모습을 바라볼 수 있기에
그래서 더 슬픈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더 아픈 것인지도 모른다.
삶의 길 위에서 지나친 편식으로 비대해지고서도
나뭇잎처럼 흔들리는 우스꽝스러운 그 육신 때문에
어디에선가 질식당하고 있을 영혼이 
날마다 우리를 애타게 부르고 있는 것만 같다.
* * 이곳 Seattle에도 조금씩 짙어지는 6월의 바람입니다. 천년그리움님들의 날이 평안과 기쁨이시기를~~ 동목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