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다 내려놓고 가거라
지혜롭고 현명한 스승을 지극 정성으로 모시면서
깨달음을 얻고자하는 젊은 제자가 있었습니다
"어휴, 도대체 내게 언제쯤 가르침을 주시려는 걸까?"
몇 해가 흘러도 스승이 가르침을 주지 않자 제자는 애가 탔습니다
결국 더는 참지 못한 제자는 스승이 외출한 틈을 타 짐을 싸들고
도시로 떠났습니다
무슨 일이든 하면 입에 풀칠은 못 하겠느냐는 생각을 한 것입니다.
그러나 스승과 함께 한 몇 년동안 그가 배운 것이라곤
도리나 예법 정도인데다 ?특별한 기술도 없어
도시에서 직업을 얻기란 하늘의 별따기였습니다
"아, 배고파라. 먹고 살기가 이렇게 힘들 줄이야."
배를 쫄쫄 굶는 날이 계속되자 제자는 스승을 모셨던 때가 그리워졌습니다
"그래, 다시 스승님께 가는 거야."
자신의 잘못을 뉘우친 제자는 세상이 온통 까맣게 물든 늦은 밤
스승의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 스승님, 제가 왔습니다."
"그래, 왔느냐. 어서 방으로 들어오너라."
스승은 등을 돌린 채 방 안에 누워서 마치 아무일 없었다는 듯
제자를 받아 들였습니다
문지방을 막 넘으려던 제자는 그제야 자신이 빈손으로 왔다는 걸 깨닫고
먼저 용서를 구했습니다
"스승님, 그런데 제가 급하게 오느라고 그만 아무 것도 사오지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곧 바로 스승이 대답하였습니다
"그래, 잘 왔다. 거기다 내려 놓고 어서 방으로 오너라."
제자는 스승이 무안을 주려고 그러는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때 스승이 다시 말했습니다
"거기다 내려 놓고 오라는데도 그러는구나."
제자는 서운했습니다
"정말 너무 하십니다. 자꾸 그렇게 말씀하시면 빈손으로 온 제가
얼마나 무안하겠습니까?"
이젠 정말로 무정한 스승 곁을 떠나기로 결심한 제자는
발길을 돌렸습니다
바로 그때 스승의 나지막한 음성이 귓전을 울렸습니다
"못난 놈."
그 한 마디에 섬광같은 깨달음을 얻은 제자는 그 자리에 엎드려
눈물을 흘리며 말했습니다
"흑흑흑........ 스승님. 못난 저를 용서해 주십시오."
스승이 제자에게 내려놓고 오라고 했던 것은 물건이 아니었습니다
스승을 버리고 몰래 떠났던 미안함과 아무 것도 사오지 못한 죄송함.....
그 모든 것을 마음에서 털어 내고 오라는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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