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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원의 편지

동목의 낙원의 편지 】우리가 만나는 날엔

by 차느디 2009. 6. 4.

우리가 만나는 날엔 / 동목 지소영

 

   그리움이 만나지는 계절에서 당신을 기다릴래요 어느 땅, 어떤 다리가 놓일는지 알 수 없지만

그리움으로 우리가 만나는 날엔 짧은 스카프를 준비하겠어요 내 목을 감아 주실 당신의 팔을 가까운 거리에서 느끼고 싶거던요

사랑으로 눈빛을 마주 할 때에는 진달래빛 립스틱을 바르겠어요 산기슭마다 향기 없이 드러낸 겸손에 취한다 하신 당신이 좋았거던요

 

우리가 평화로 세월을 가라 할 때에는 창이 많은 거실이 있으면 좋겠어요 철따라 변화 하는 숲을 바라보며 지난 시절 저토록 아름다웠다고 이야기하고 싶거던요

 

파도가 부딪히는 곳에서 당신을 만나고 싶어요 멀미로 사색이 된 나를 혼자 둘 수 없어 그토록 좋아하는 파도타기를 쉽게 포기한 당신께 늘 미안했거던요

 

거침없이 파도의 끝을 나르는 당신을 선한 고요로 안고 싶어요 그때쯤에는 삶에 익은 나 아늑한 가슴으로 사랑의 의미를 음미하고 싶거던요

우리, 비가 오는 날 만나요 당신의 넓은 어깨가 우산 하나를 모두 차지하고 젖는 내가 안스러워 덥썩 업어 준 당신을 다시 느끼고 싶거던요